글쓰기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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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Kadir Jun Ayhan

Published

Friday, November 29, 2019

This column was originally published by the Donga Daily (동아일보) on November 29, 2019.

한국 블로그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또는 외국계 한국인들의 독특한 시선, 시각, 경험, 그리고 생각 등을 담는 코너다. 나도 2018년 1월 원고 청탁을 받은 뒤부터 꾸준히 글을 썼다. 이번 글은 올해의 마지막이자 총 19번째 칼럼이다. 매번 느끼지만 좋은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숙제다. 글도 글이지만 서로가 의식하지 못한 생각의 차이로 그 어려움이 더 커질 때도 있다.

아마도 이 코너를 운영하는 취지는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혹은 운전 중, 카페와 음식점에서, 아니면 이사를 하면서, TV를 보면서,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영화관에서, 찜질방에서, 공항에서 경험했던 것 등 평범하고 소소한 것들을 소재로 공감할 수 있는 얘기들을 들려달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의 경우 이런 주제를 다룰 때 어려운 점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나는 한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12년 됐고 귀화까지 해서 한국에서 경험하는 일들은 대부분 다른 한국인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나는 평범하고, 평범한 것이 좋은 대학교수다. 최근 어떤 방송국에서 나의 한국 삶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적이 있다. 나는 그냥 교수고 내 삶이 방송에 나갈 정도로 재미가 있지도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 코너에서도 내 일상생활 경험을 썼을 때 누가 관심을 가지고 볼지 고민인 것이다. 그만큼 평범한 사람이라서 말이다.

둘째, 이런 주제는 일기 혹은 내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쓰는 느낌을 준다. 내 일기는 나만 보고, 내 SNS도 나의 공간이니까 일상생활을 써도 되는데 신문을 통해 내 사생활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나는 평범하고 싶어서 말이다.

셋째, 나는 외국계 사람들과 한국인의 다른 점에만 집중하는 방식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다수 매체는 독자 혹은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내용에 집중한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 사람과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비슷한 것을 즐기고, 비슷한 것을 목표로 두고, 비슷하게 살아가는 외국계 주민들의 그 평범한 모습은 언론에 비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계 주민들이 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것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또는 외국계 한국인들의 삶이 꼭 재미있게 비쳐질 필요가 있을까? 내 생각에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처럼 똑같은 사람이며 평범할 수도 있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코너에 한국에서의 경험보다 나 개인의 시각과 생각을 주로 쓰게 되었다. 지금까지 10번은 한국 공공외교, 3번은 한국 대외정책, 5번은 한국 사회 혹은 다문화 관련 글을 썼다. 독자들은 내 이름과 사진을 보고 내가 외국계인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러기에 따로 글에서 이 시각이 외국계 한국인으로서 나의 생각이라고 강조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사실 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름 밑에 터키 출신 한국인이라고도 쓰여 있다. 나는 이 사회의 일원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인데, 내가 쓰는 글과 상관없는, ’터키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꼭 거기다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나는 하루하루 일상생활이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한 것이 좋다. 다만 외국인으로 오랫동안 새로운 나라에서 살다가 이 나라 국적으로 귀화하면 아무리 평범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내 삶을 줌아웃 하고 큰 그림을 봤을 때 한국의 삶에는 진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다. 앞으로 이런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도 가끔씩 쓸까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