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민간교류, 두려워할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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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Kadir Jun Ayhan

Published

Tuesday, April 3, 2018

This column was originally published by the Donga Daily (동아일보) on April 3, 2018.

올해 남북 관계가 갑자기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만 해도 전쟁을 우려했는데, 분위기가 급변했다. 남북 정상회담마저 열릴 예정이다.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가 좋은 계기가 됐다. 상대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안보, 경제 등과 비교할 때 추진하기 쉽고 위험 부담도 작은 스포츠 분야의 민간 교류로부터 관계 개선을 시작했다.

그동안 민간 차원의 사회적 교류가 미미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최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남북 민간 교류와 관련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른바 ’진보 성향’의 정부와 ’보수 성향’의 정부를 서로 비교할 때 남북 민간 교류, 특히 사회 문화 교류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사회 문화 교류는 김대중 정부 이전까지 3건에 불과했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151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5건을 승인했다. 보수 성향의 최근 두 정부에서는 사회 문화 교류가 거의 승인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현저한 차이를 보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를 다룬 통일백서(2013년)는 민간의 사회 문화 교류를 여전히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간과 국제기구 차원의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문화 예술, 종교 등에서 인적 교류를 재개할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비정치적, 비군사적, 인도적인 부문부터 남북 관계를 개선하면서 남북 간 상호 신뢰를 축적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통일준비위원회를 설립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남북의 민간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두 정부의 민간 교류는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최소화하기로 하고 급속히 단절됐다. 흥미로운 점은 다방면에서 추진된 남북 협력 사업 중 민간 경제협력과 개성공단은 사회 문화 교류와 비교하면 점진적이고 느리며 완만하게 악화됐다. 추진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던 사회 문화 교류는 중지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개하는 사회 문화 교류는 이전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최근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남북 교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그는 “문 대통령은 통일이 목표라고 한 적이 없다. 평화가 목표”라고 했다. 통일과 평화를 분리하는 것은 중요한 것을 시사한다. 통일 여부와 관계없이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며 공존한다는 방향은 매우 의미가 크다. 그리고 이 경우 민간 중심의 사회 문화 교류가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진다. 사회 문화 교류는 통일백서(2008년)의 설명과 같이 기본적으로 ’남북 간 문화·심리적 갈등을 최소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보다 더 우선 남북 간 상호 이해를 돕고, “상호 적대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상대방인 북한에도 개방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통일백서·2007년)하는 것이다.

문 특보는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자기들의 체제를 선전하는 수단으로 (쓰더라도) 그들이 그들만의 게임을 즐기도록 하자. 우리도 우리대로 하면 된다”고도 했다. 남북 사회 문화 교류 전반이 마찬가지다. 개방사회인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북한이 선전을 해도 남한이 잃을 것은 무엇일까? 남한이 향유하는 사상의 자유는 북한에는 없다. 이런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민간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쪽은 오히려 북한이다. 북한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교류를 승인한다면 남한은 보다 더 자신 있게 승인하고 촉진해야 한다. 남한이 북한에서 직접 공공외교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역할을 제한적으로나마 민간 교류를 통해 기대할 수 있다. 교류의 증진은 남한의 장기적 목표 달성과 정책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통일과 평화를 분리해 생각하듯 비정치적인 사회 문화의 민간 교류는 비핵화 등 안보 문제와 분리할 필요가 있다. 잃을 게 하나도 없고 핵문제를 악화시킬 우려도 없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약속한 만큼 젊은 세대 등 국민과 대북 정책 전반에 대해 꾸준히 대화하고 공감대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